김서형 작가의 《처음하는 역사학 공부》는 이름 그대로 ‘역사학’이라는 학문에 처음 발을 들이는 사람들에게 가장 적합한 안내서입니다. 이 책은 역사적 사건을 연대순으로 나열하는 기존의 역사 교과서식 서술을 벗어나, 역사학이란 무엇인지, 왜 필요하며 어떻게 연구하는지를 차근차근 풀어냅니다. 저자는 어렵게만 느껴질 수 있는 학문적 개념을 일상적인 언어로 번역하듯 쉽게 설명하면서, 독자가 ‘과거’라는 거울을 통해 ‘현재’를 바라보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특히 2024년이라는 격동의 시기에, 변화와 혼란 속에서 방향을 잃지 않기 위해선 역사적 맥락을 이해하는 힘이 필수적입니다. 이 책은 바로 그 힘을 길러주는 지침서입니다.
역사학 입문서로서의 친절함
김서형 작가의 글은 학문적인 엄밀함과 대중적인 친근함을 동시에 지니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역사 입문서가 수많은 연도와 사건, 복잡한 개념으로 초보자를 압도하는 반면, 《처음하는 역사학 공부》는 ‘역사학’이라는 학문의 기본 뼈대를 먼저 세워줍니다. 역사란 단순히 과거의 사실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실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의 과정이라는 점을 반복적으로 강조합니다. 예를 들어, 같은 사건도 기록하는 사람의 입장과 시대적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을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보여줍니다. 저자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동서양 역사서의 서술 차이를 비교하거나, 동일한 사건을 다룬 국내외 자료를 나란히 제시하기도 합니다. 이런 비교 방식은 독자가 역사 기록의 주관성을 이해하게 하고, 역사적 사고력—즉 ‘비판적으로 과거를 읽는 힘’을 기르게 합니다. 문장은 짧고 명료하며, 어려운 용어가 등장하면 반드시 부연 설명이 뒤따르기 때문에 중학생부터 성인까지 누구나 이해할 수 있습니다.
2024년 지금, 역사학이 필요한 이유
2024년은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변화와 불확실성이 공존하는 해입니다. 지정학적 갈등, 글로벌 경제 불안, 인공지능과 같은 기술 발전, 기후 위기 등 우리가 매일 접하는 뉴스 속 사건들은 모두 역사적 맥락 속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김서형 작가는 이 책에서 이러한 현재를 이해하기 위해 ‘역사학적 사고’가 왜 필수인지 설명합니다. 예를 들어, 냉전 시대의 국제 정치 구도와 현재의 미중 갈등 구조를 비교하며, 권력 균형의 변화가 어떻게 반복되는지를 보여줍니다. 또한 과거의 기술 혁신—인쇄술, 산업혁명, 인터넷 등장—이 사회와 경제 구조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를 분석하여, 오늘날 AI와 같은 새로운 기술이 가져올 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틀을 제공합니다. 이 책은 단순히 과거의 지식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문제를 이해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사고 훈련을 시켜줍니다. 특히 빠른 속도로 변하는 시대에 휩쓸리지 않고 중심을 잡기 위해선,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어디서 비롯되었는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자가 강조하는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과거를 모르면 현재를 해석할 수 없고, 현재를 해석하지 못하면 미래를 준비할 수 없다.”
독서 경험을 확장하는 역사학 책
《처음하는 역사학 공부》의 또 다른 매력은 독자의 독서 경험을 한 권의 책에서 멈추게 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저자는 각 장 말미에 해당 주제와 관련된 추천 도서, 참고 문헌, 사료집을 함께 제시합니다. 이를 통해 독자는 자신이 흥미를 느낀 분야를 더 깊이 탐구할 수 있는 길을 얻게 됩니다. 예를 들어, 근현대 한국사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박은식, 신채호 등의 역사서를 참고할 수 있고, 서양사에 관심 있다면 헤로도토스, 토인비, 유발 하라리 등의 저서를 찾아 읽도록 안내합니다. 또한 이 책은 ‘질문하는 역사학’이라는 관점을 강조합니다. 독자가 단순히 읽고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왜 이런 해석이 가능했을까?”, “다른 사료에서는 어떻게 기록하고 있을까?”와 같은 질문을 던지게 만듭니다. 이런 질문은 독서 모임이나 수업 시간에 토론 주제로 활용하기 좋습니다. 실제로 일부 독서 모임에서는 이 책을 읽고 난 뒤 각자 다른 역사 사건을 가져와 서로의 해석을 비교하는 활동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경험은 책 속 지식을 생활 속 지식으로 전환시키는 과정이자, 역사학 공부의 궁극적인 목표에 가까워집니다.
김서형 작가의 《처음하는 역사학 공부》는 그저 ‘역사를 처음 배우는 책’이 아닙니다. 그것은 현재와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과거로 떠나는 지적 여행의 입구입니다. 특히 2024년처럼 세계가 급변하는 시기에, 이 책은 독자가 혼란 속에서도 일관된 시각을 유지하게 하는 나침반이 됩니다. 과거의 패턴과 현재의 흐름을 연결 짓고, 그 속에서 다가올 가능성을 읽어내는 힘—그 힘이야말로 김서형 작가가 이 책을 통해 전달하려는 진짜 가치입니다. 지금 이 책을 집어 드는 순간, 당신은 이미 ‘역사학적 사고’를 향한 첫 걸음을 내딛게 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