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는 맛』은 요조, 김혼비, 핫펠트를 포함한 12명의 작가가 함께 만든 공동 에세이집으로, 우리 시대를 살아가면서 겪는 다양한 감정과 관계, 불안, 위로, 그리고 각자의 고유한 삶의 방식을 섬세하게 담아냈다. 단순한 수필집이나 감상문 모음을 넘어,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12인의 작가들이 '사는 맛'이라는 모호한 개념을 각자의 독특한 시각으로 풀어낸 흥미로운 프로젝트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유명 작가들의 눈을 통해 우리의 삶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으며, 마치 서로 다른 장르의 단편 영화를 보는 듯한 생생한 경험을 선사한다. 이번 리뷰에서는 특히 요조, 김혼비, 핫펠트의 글에 초점을 맞춰 『요즘 사는 맛』이 전하고자 하는 진솔한 메시지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자 한다.
요조의 고요한 공감, 요즘을 살아내는 방식
요조의 글은 고요함 속에 진심을 담아 독자의 마음을 울린다. 마치 은은한 음악의 잔향처럼, 그녀의 글은 독자의 내면에 깊이 새겨진다. 고요함이란 단순히 조용한 환경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녀는 일상의 평범한 풍경 속에서 놓치기 쉬운 섬세한 감정들을 놀라울 만큼 정확하게 포착해낸다. 혼자 걷다 문득 떠오르는 어린 시절의 기억, 카페에서 우연히 들린 낯선 대화 속 인간적인 슬픔 같은 찰나의 순간들. 요조는 이런 스쳐 지나갈 법한 순간들을 놓치지 않고 붙잡는다. 그녀의 글은 독자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이렇게 살아야 해"가 아니라 "이런 순간도 있더라"라고 조심스레 이야기한다. 이런 접근 방식 덕분에 독자는 자연스럽게 자신만의 이야기를 끄집어낸다. 음악가이자 책방 운영자, 작가로서 요조는 삶의 다양한 감정층을 섬세한 에세이로 녹여낸다. 그녀 글의 가장 인상적인 특징은 바로 '적절한 거리감'이다.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그 미묘한 균형은 독자가 스스로의 감정과 마주할 수 있게 돕는다. 마치 잔잔한 호수처럼 그녀의 글은 독자를 위한 거울이 된다. '사는 맛'이라는 모호한 개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그녀의 태도는 특별하다. 지금 우리가 버텨야 하는 이유를 묻지 않으면서도 깊은 위로를 건네는 그녀의 글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숨구멍 같다.
김혼비의 생활밀착형 유머, 현실 속 감성의 재발견
김혼비의 글은 『요즘 사는 맛』에서 가장 생생하고 경쾌한 리듬을 선사한다. 그녀의 유머는 단순한 웃음거리가 아니라, 현실을 견디는 특별한 무기이자 감정을 다루는 놀라운 기술처럼 느껴진다. 술자리에서 벌어지는 기똥찬 친구와의 대화, 엄마와 부딪히는 사소한 신경전, 반려견과 보내는 소소한 하루 등 그녀가 다루는 주제는 너무나 평범하다. 하지만 그 평범함 속에 숨겨진 섬세한 관찰과 따뜻한 인간미가 글의 깊이를 더해준다. 김혼비는 일상의 작은 순간들 속에서 특별한 의미를 끌어내는 진정한 재능을 가졌다. 낯선 사람과의 짧은 대화에서 느껴지는 미묘한 위화감, 오래된 친구와 나누는 한마디 위로, 혼자 먹는 밥의 쓸쓸함 같은 순간들을 유쾌하게 풀어내면서도 그 이면의 감정을 놓치지 않는다. 그녀는 독자에게 "삶이란 늘 웃기면서도 서픈 것"이라는 진실을 상기시키며, 그 묘한 감정 속에서 우리가 계속 살아가는 이유를 발견하게 만든다. 글을 읽다 보면 어느새 절로 웃음이 터지고, 문득 가슴이 뭉클해진다. 그녀는 유머를 통해 진심을 전달하는 진정한 달인이며, 그 방식이 참으로 영리하다. 글은 무겁지 않으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다. 특히 '사는 맛'이라는 개념을 이토록 현실적이면서도 냉소적이지 않게 다룬다는 점에서 김혼비의 글은 특별하다. 요즘같이 힘겨운 시기에 그녀의 글은 마치 "그래, 오늘도 특별한 건 없지만 나쁘지 않았어"라고 귀띔해주는 따뜻한 친구 같다. 『요즘 사는 맛』에서 그녀의 존재는 균형을 잡아주는 중심축이자, 유쾌함으로 감정에 활력을 불어넣는 산소 같은 역할을 한다.
핫펠트(예은)의 새로운 시선, 아이돌을 넘어선 솔직함
핫펠트의 글은 『요즘 사는 맛』에서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화려했던 연예인 시절을 뒤로하고, 그녀는 진솔한 '예은'으로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특히 과거와 현재라는 두 개의 세계를 동시에 마주하는 글쓰기 방식으로 독자들의 마음을 깊이 울린다. 그녀의 글에는 불안, 자의식, 사랑, 상처, 삶의 무게 같은 복합적인 감정들이 생생하게 녹아있다. 대중 앞에서 완벽해야 했던 과거와, 지금의 자신을 성찰하려는 현재가 만들어내는 충돌은 정말 흥미롭다. "나는 지금도 흔들린다"고 고백하며, 그 흔들림을 숨기지 않는 그녀의 용기가 돋보인다. 핫펠트는 단순히 경험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끊임없이 근본적인 질문들을 던진다. '나는 누구인가', '이렇게 살아도 되는가', '사랑은 왜 이렇게 아픈가' 같은 질문들은 그 자체로 삶을 성찰하는 깊은 과정이다. 그녀의 글은 화려한 무대가 아닌, 삶이라는 거친 무대에서 진짜 자신을 찾아가는 치열한 여정으로 읽힌다. 문체는 직설적이면서도 감성적이어서, 꾸밈없는 문장 속에서 오히려 더 깊은 감정이 전해진다. 독자들은 자연스럽게 그녀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 아이돌 출신이라는 수식어를 내려놓고 쓴 그녀의 글은 놀랍도록 문학적 완성도가 높고, 내용면에서도 매우 밀도 높다. 핫펠트의 사는 맛은 진정한 고백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실패하더라도 자신만의 언어로 말하는 용기. 그것이 바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태도일 것이다. 『요즘 사는 맛』에서 그녀는 '솔직함의 미학'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가 중 한 명이다.
『요즘 사는 맛』은 각기 다른 삶을 살아온 12명의 작가가 ‘사는 맛’이라는 하나의 주제를 통해 서로 다른 감정과 이야기를 전하는 공동 에세이다. 요조는 고요하게 공감하고, 김혼비는 유쾌하게 통찰하며, 핫펠트는 솔직하게 고백한다. 이 셋의 글은 각기 다른 스타일로 오늘의 삶을 되짚게 만들며, 독자에게 진짜 위로를 건넨다. 지금, 너무 힘든 시대일수록 필요한 것은 거창한 철학이 아니라, 이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진심 어린 이야기다. 이 책은 그걸 가능하게 만든다. 그리고 던진다. 당신은 요즘, 무슨 맛으로 살고 있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