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내 탓만 할까?’라는 질문을 해본 적이 있는가? 허규형 작가의 교양심리 도서 『나는 왜 자꾸 내 탓을 할까』는 이런 고민을 품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따뜻하면서도 날카로운 심리적 통찰을 제공한다. 자책과 자기비판이라는 굴레에 갇혀 버린 이들을 위해, 이 책은 우리 내면의 패턴을 탐색하고 감정의 뿌리를 들여다보게 만든다. 자존감, 자기이해, 감정 회복의 과정을 따라가며 읽다 보면, 어느 순간 스스로를 더 따뜻하게 바라보게 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허규형 작가의 메시지
허규형 작가는 다양한 임상 경험과 인간 이해를 바탕으로 ‘왜 우리는 쉽게 자신을 탓하는가’라는 질문에 천천히 다가간다. 그의 말에 따르면,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무조건적인 수용보다는 조건적인 사랑에 익숙해졌고, 이는 ‘내가 부족해서 벌을 받는다’는 내면 신념으로 자리 잡는다. 그래서 잘못이 생기면 본능적으로 “내가 뭘 잘못했지?”라고 먼저 생각하게 된다. 그는 독자가 이 사고방식을 인식하고, 그것이 반복되는 이유를 이해하도록 돕는다.
책에서는 “자책은 통제감을 가지려는 시도”라고 설명한다. 우리는 외부 환경을 바꾸기보단 내 잘못이라고 믿음으로써 어떤 상황도 내가 바꿀 수 있다는 환상을 유지한다. 이로 인해 자존감은 무너지고, 자기확신은 점점 사라진다. 허 작가는 이러한 심리 메커니즘을 깊이 분석하면서도, 독자가 스스로를 비난하는 습관에서 조금씩 빠져나올 수 있도록 친절한 언어로 안내한다. 그의 문장은 어렵지 않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독자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힘이 있다.
교양심리 관점에서의 자책
교양심리학은 일반 독자가 심리 개념을 쉽게 이해하고 자신의 삶에 적용할 수 있도록 돕는 분야다. 허규형 작가의 책은 이 범주에 속하며, 특히 ‘자책’이라는 감정을 중심으로 일상 속 심리 현상을 조명한다. 그는 자책이 단순히 부정적인 감정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심리적 기제였음을 강조한다. 예를 들어, 어린 시절 부모의 기분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내가 잘못했나 보다’라고 느끼는 것은 자신을 보호하려는 생존 전략이었던 셈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전략은 성인이 된 이후에도 계속되며, 타인의 감정을 과도하게 해석하거나 자기비판적 태도를 유발한다. 특히 한국 사회처럼 타인의 시선에 민감하고 경쟁이 심한 문화에서는 자책이 더욱 강하게 자리 잡는다. 허규형 작가는 이러한 문화적 배경까지 고려하며 자책의 뿌리를 설명하고, 그 감정을 ‘없애야 할 대상’이 아니라 ‘이해하고 안아야 할 존재’로 바라보게 한다. 이는 기존 심리서에서 보기 드문 따뜻한 접근법이다.
자존감 회복과 자기이해
이 책의 핵심은 ‘자기비판을 내려놓는 용기’에 있다. 허규형 작가는 자존감은 성취를 통해 채워지는 것이 아니라, 존재 자체에 대한 수용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즉,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책은 다양한 질문을 던진다. “나는 누구의 기준에 맞추려 애쓰는가?”, “이 감정은 정말 내 탓인가?” 같은 질문들은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내면과 대화하게 한다.
자존감 회복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허 작가는 이를 점진적이고 반복적인 과정으로 설명하며, 독자가 현실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감정 일기를 쓰거나, 자책의 순간에 자신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는 훈련은 작지만 큰 변화를 만든다. 또한 책 후반부에는 상담 사례와 실제 대화 내용을 바탕으로 한 장면들이 등장해, 독자가 감정적 공감과 이입을 느끼도록 한다. 이런 구성은 자기이해를 돕는 데 탁월하다.
『나는 왜 자꾸 내 탓을 할까』는 단순한 심리서가 아니다. 이 책은 자책이라는 감정의 민낯을 보여주고, 그 이면의 따뜻한 심리적 욕구를 이해하게 만든다. 허규형 작가의 섬세한 통찰은 독자가 자기 자신을 더욱 따뜻하게 대할 수 있는 길을 안내한다. 자존감 회복과 감정 회복이 필요한 독자에게 이 책을 진심으로 추천한다.